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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LE, 문화적 공동체로서의 Web3

Columnist차우진CreatorYoung(서소영)

오랫동안 음악 산업에 관심을 기울여온 입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인디 뮤지션들도 있고 케이팝 아티스트들도 있다. 레이블 관계자나 케이팝 업계의 종사자들도 있었다. 또 한편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름 꽤 큰 성공을 이룬 뮤지션, 아티스트였다가 레이블을 만든 사람, 금융권에 있다가 음악 사업을 시작한 사람, IT업계에서 일하다가 콘텐츠 사업을 시작한 사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다음 음악 사업을 시작한 사람 등등. 이러한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동안 나는 모종의 깨달음을 얻었다. 바로 ‘~였다가 ~가 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보통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유일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작가고, 평론가는 평론가다. 마케터는 마케터고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다. 아티스트는 아티스트고 사업가는 사업가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왜냐면 직장이 곧 직업이 되는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런 시대는 수백년 동안 지속되었다. ‘~였다가 ~가 된 사람’이라는 사고방식은 이런 배경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더이상 ‘~였다가 ~가 된 사람’이라는 사고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마케터이자 아티스트, 예술가이자 사업가, 작가이자 평론가, 직장인이자 크리에이터….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 두 개 이상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늘었다. 그들은 블로그, 뉴스레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활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장해 나간다. 그렇게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재능보다 중요한 것

크리에이터 경제는 바로 이렇게 정체성을 확장시키는 구조고, 이런 구조는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서 시작된다.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연결되면서 시작된 인터넷의 가능성은 다양한 크리에이터 도구를 만들었다. 마침내 도래하게 될 Web3의 시대는 크리에이터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리라는 기대감을 키운다. 최근 몇 년 동안 팬덤 경제나 크립토 경제, Web3와 DAO 같은 개념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는 늘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하이 테크놀로지는 명백히 크리에이터에게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겠지만, 동시에 크리에이터에 대한 개념과 정의도 바꿀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등장한 이후의 세계다. 크리에이터가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의 초과 공급도 야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세계에서 콘텐츠는 ‘흘러 넘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는 과연 어떤 존재여야 할까. 그림을 잘 그리거나 사진을 잘 찍거나 영상을 잘 만드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기준이 될까? 혹은 기획을 잘 하고 구성을 잘 짜는 것이 크리에이터의 기준이 될까?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 위로와 공감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크리에이터와 팔로워(혹은 팬)를 하나로 이어주는 핵심 가치다. 교감을 통해 크리에이터와 팔로워는 더욱 가까워진다. 재능과 기술 뿐 아니라 정서적인 연결이 콘텐츠와 크리에이터의 신뢰와 관계를 만든다. 따라서 크리에이터에게는 앞으로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이런 얘기가 너무 추상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다. 하지만, 고도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오히려 본질적인 것이 중요해진다. 디지털 음원이 음반을 대신하게 되었어도 청중들은 콘서트 무대에서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기를 원했다. 방송 카메라가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타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SNS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 되자 오히려 오프라인의 만남이 소중해졌다. 굳이 비싼 비용을 내고 취향이 같은 사람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런 식으로 극도로 개인화된 미디어 환경과 하이 테크놀로지는 기술 너머의 어떤 것, 마음과 태도 같은 추상적이면서도 본질적인 요소를 돌아보게 만든다.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상상하기

미디어 환경의 개인화는 콘텐츠의 중간 유통자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콘텐츠 생산과 유통, 소비라는 수직적인 구조는 크리에이터와 팬의 거리가 좁아지면서 보다 수평적인 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구분은 사라지고, 수없이 많은 중심들이 분산될 것이다. 메인스트림이라는 개념이 흐려질 때, 커뮤니티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러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은 콘텐츠의 잠재적 소비자나 투자자의 그룹은 아니다. 특정한 취향, 태도, 안목과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크리에이터는 이들을 결집시키는 핵심이다. 크리에이터의 태도와 비전이 반영된 메시지가 콘텐츠의 디테일 곳곳에 녹아들 때 비로소 커뮤니티는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콘텐츠란, 크리에이터의 메시지가 담긴 그릇이다. 거기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태도가 고스란히 스며든다. 이 메시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크리에이터는 이런 커뮤니티를 잘 운영해야할 책임을 가진다. 미래의 크리에이터는 커뮤니티 리더가 되고, 커뮤니티 리더는 상대방의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크리에이터의 기술적 역량만큼 리더십도 중요해진다.

인류 역사가 증명하듯, 새로운 기술은 늘 우리의 생각을 확장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더 나은 도구를 얻었다. 다만 그러한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우리의 책임이다. Web3, 크립토 이코노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DAO 같은 키워드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우리가 모두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과정을 도와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술은 언제나 우리의 의사결정을 돕는 수단이 되었다. Web3가 가리키는 곳 역시 이런 커뮤니티 생태계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신뢰를 기술화하는 방법이다. DAO는 이런 기술을 통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뤄내는 공동체다.

여기서는 크리에이터와 팬의 관계는 보다 수평적이 된다.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존재 역시 언제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 공동체의 참여로 경제적 성과도 분배된다. 이런 식으로 Web3를 기반으로 형성되는 크리에이터 경제는 이제까지 관습적으로 여겨지던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의 관계를 비틀고 좀 더 나은 공동체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우리는 기술을 공부하고, 구조를 학습하고, 무엇보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쓴다.

1820년대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시작된 산업혁명기는 1760년 무렵까지 진행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안정화되는 데에만 적어도 60년 이상 걸린 셈이다. Web3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할 것이고,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크리에이터로서의 나는 바로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가 마침내, 다함께 성장하기를 기대하게 된다. Web3는 그렇게 문화적 공동체가 될 것이다.

Columnist
차우진
  • 1999년부터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며 IT 서비스/콘텐츠 기획자로 일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 카카오 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다양한 기업/기관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 2020년부터 TMI.FM이란 이름으로 음악 산업과 콘텐츠 비즈니스에 대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경제, 콘텐츠 비즈니스, 팬덤, 웹3 등을 주제로 크리에이터의 지속가능한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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